구름잡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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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은반 위의 여왕 ②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

미국 챔피언쉽 1998~1999 시즌부터 2004~2005 시즌까지 7회 우승.
세계 챔피언쉽 1996년, 1998년, 2000년, 2001년, 2003년 총 5회 우승. (자료출처:위키피디아)
20세기와 21세기에 걸쳐 은반을 점령했던 여왕.
그녀는 바로 미셸 콴(Michelle Kwan)이다.


토냐 하딩과 낸시 케리건의 경쟁이 치열했던 1994~1995년 무렵,
그녀는 미국 챔피언쉽에서 2위를 차지하며 서서히 그들을 위협했다.
릴레함메르에서의 금메달 획득이 우크라이나의 옥사나 바이울에게 돌아간 후,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의 기대주는 미셸 콴으로 바뀐 것이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동계 올림픽에서 은반 위의 여왕이 누가 되느냐인데...
미국과 세계를 재패한 미셸 콴이 3번이나 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은메달, 동메달, 중도포기로 생애의 올림픽을 마쳤다.
매년 열리는 대회보다도 4년에 한번이라는 희귀(?)성에
부담은 더 컸을 것이고, 그만큼의 운도 세계 챔피언쉽에서보다 따르지 못했나보다.
더군다나 우월하게 쇼트 프로그램을 마치고도 프리 스케이팅에서 실수 한번에
순위가 바뀌어 버리니 그녀를 사랑하는 팬들은 물론 본인은 더욱 아쉬웠을 것이다.

카타리나 비트(Katarina Witt) 이후 올림픽 금메달에 목말랐던 미국은
1992년 크리스티 야마구치가 금메달을 걸게 되자 환희에 차 올랐고,
그 기대는 당연히 미셸 콴에게 돌아갔다.
중국계 미국인인 그녀는 크리스티 야마구치가 가지고 있는 우아함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기에
기술로는 살 수 없는 놀라운 표현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혜성, 타라 라핀스키(Tara Lipinski)의 등장으로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타라 라핀스키는 짧은 시간에 화제가 되었던 선수이다.
그 누구에게서도 볼 수 없는 가냘픈 체구에서 뿜어내는 힘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점프와 스핀에 강한 이리나 슬러츠카야(Irina Slutskaya)가 라이벌로 등장했다.
이리나 슬러츠카야는 점프의 여왕이었다. 점프를 위한 도움닫기가 정말 시원한 선수였다.
이 당시에 나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이리나 슬러츠카야를 미셀 콴보다 좋아했다.
아마 만년 1위보다는 그 곁에 있는 2인자를 응원하는 마음에서였나보다.
이 둘은 어느 시대에나 있듯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라이벌이었다.
함께 밝은 표정으로 각종 대회에서 사진을 찍고 격려해주는 라이벌~!

아마 2002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 올림픽에서는
두 선수의 불꽃 튀는 경쟁을 모두들 기대했으리라.
과연 홈그라운드 이점을 가지고 있는 미셸 콴이 우승할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이리나 슬러츠카야가 우승할지...


미셸 콴은 베라 왕의 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할머니가 주신 행운의 붉은 목걸이를
걸고 라프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에 맞추어 우아한 스파이럴을 선보였었다.

그리고 프리 스케이팅 때에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세헤라자데에 맞추어 연기했다.
경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녀의 우승을 모두가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반부에 그녀는 점프에서 실수를 했고,
숨죽이고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참으로 예기치 못했던 결과가 펼쳐졌는데...
어린 신인이었던 사라 휴즈(Sarah Hughes)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리고 체조선수를 꿈꾸다 스케이터가 된 사샤 코헨(Sasha Cohen)이 수면 위로
부상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상체의 움직임이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선수이다.

2002년 동계 올림픽의 갈라 쇼는 내 마음 속에 깊이 박혀 있다.
미셸 콴은 늘 그렇듯 피겨 스케이팅 선수 출신인 디자이너 베라 왕(Vera Wang)이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었었다.
드레스는 금빛이 찬란했었고, Eva Cassidy의 'Fields of Gold'에 맞추어 연기했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지만 그녀 역시 금메달을 간절히 꿈꾸었던 것이다.
2002년에 펼쳤던 그 어떤 연기보다도 완벽하고 멋진 모습을 보였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녀의 눈시울은 붉었고, 관중들은 아낌없는 환호를 보냈다.

아마 뒤늦게 이 모습을 보고 그녀에게 반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20세기와 21세기의 두 세기에 걸친 은반의 여왕이 그녀 뿐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To be continued...

p.s. 디자이너 베라 왕은 지금까지도 스핀을 돌거나 가벼운 점프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피겨 스케이팅을 사랑하고  잘 하는 디자이너이다.
그래서 그녀의 드레스가 선수의 우아함과 내적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덧글

  • 썬데이뉴욕 2008/12/09 13:02 # 답글

    저도 피겨 좋아하는데 피겨도 참 드라마가 많은 스포츠인 것 같아요...
  • FERMATA 2008/12/09 22:31 #

    피겨 스케이팅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죠? ^-^
  • 지우 2008/12/09 18:43 # 삭제 답글

    베라왕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알았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 FERMATA 2008/12/09 22:32 #

    몇년 전에 '디자이너들의 여가시간'이라는 주제의 기사를 보았었는데
    그 때 베라 왕이 스케이트를 신고 우아하게 점프한 장면이 사진으로 나왔었어요.
    ^^ 그 이후에 디자인했다는 선수용 드레스를 더욱 눈여겨 보게 되더라구요.
  • 디나 2008/12/09 21:24 # 삭제 답글

    사샤 코헨은 체조선수 출신 아닌가요?

    그리고 이글을 보니..연아양이 정말 미췔콴을 존경하는구나 싶네요.
    약간씩 다르긴 하나
    세헤라자데와,골드라는 모티브의 곡을 보니..왠지 ^^
  • FERMATA 2008/12/09 22:35 #

    사샤 코헨 체조선수 출신 맞아요. 체조도 그렇고 피겨 스케이팅도 그렇고
    기본이 되는 스트레칭 동작에 도움주는 발레를 헷갈렸었나봅니다. ^^
    덕분에 방금 수정했어요. 고맙습니다~!

    김연아 양과 미셸 콴, 완전 똑같지도 그렇다고 상반되지도 않지만
    역할모델로서는 최고일 거에요~^-^b
  • 우후 2009/03/30 00:56 # 삭제 답글

    여하튼 20세기와 21세기의 두 세기에 걸친 은반의 여왕이 그녀 뿐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이 말은 조금 편협한 시각에서 쓰여진 것 같네요 ㅜ ㅜ 저는 슬루츠카야 팬인데 저는 두 세기에 걸친 은반의 여왕이 두명이라고 인정하거든요 ^^ 솔직히 20세기는 후반부 뿐이지만 ^^
  • FERMATA 2009/03/30 09:24 #

    저도 20세기 후반부에는 슬러츠카야 팬이었답니다. ^^ 그녀가 미셸 콴을 프리스케이팅에서 이기기를 바라며 지켜보았지만....ㅠ 두 세기를 아우른 여왕님은 빈틈을 내주질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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